창작 오페라 봄봄 22~23일 예술의 전당 공연

햇볕이 가득한 봄날, 무대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선율과 나비 같은 춤사위, 여기에 익살과 해학을 품은 근대 단편소설의 백미 김유정의 봄봄이 살포시 포개졌다.

지난 22~23일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무대는 이렇듯 봄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부산 그랜드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소설, 음악을 만나 웃다-봄봄(이하 봄봄)이 이날 무대를 수놓은 주인공이었다. 1996년 창단돼 31회 정기공연을 이끌어온 이 오페라단이 창작 오페라를 중앙무대에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 김유정이 1935년 발표한 동명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오페라 봄봄은 가난한 농촌을 배경으로 욕심 많은 장인과어수룩한 데릴사위의 희극적인 갈등과 대립, 그리고 시골남녀의 순박하고 풋풋한 사랑을 해학적으로 그린 소설을 뼈대로 한 토종 오페라다. 그 때문에 넘쳐나는 서구 오페라에 익숙해진 음악팬들에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뿐만 아니라 소설의 희극적인 대목과 음악적 요소를 적절히 가미하고, 우리 전통의 놀이판 형식과 서양 오페라 어법의 장르적 통합과 문화적 융합도 시도했다. 외국산 오페라에서 오는 식상함을 벗어던지고 우리 민족의 예술적 정서와 표현 양식에 맞아서일까. 두 차례의 공연무대는 그 덕분에 제법 감동적이었다.

그랜드오페라단 안지환(신라대 교수) 단장은 "창작 오페라 봄봄은 지난 15년간 축적한 그랜드오페라단의 제작 역량을 결집해 우리의 전통적 소재와 향토적 특징을 고스란히 담았다"면서 "이번 서울 공연을 계기로 앞으로 일본과 중국 등 해외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대부분 일회성 공연으로 사장되는 창작 오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그랜드오페라단의 서울 공연은 지역 오페라단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동시에 공연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