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라트라비아타> 리뷰 (20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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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9 21:12 조회3,0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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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무대 라 트라비아타 |
하순봉 |
2000/05/22 014면 부산일보 |
베르디는 몇 곡을 제외하곤 최초의 성공작 "나부코"부터 "팔스타프"까지 오페라만 26곡을 작곡했다.이 기이한 편재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에서 자신의 음악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는데 베르디의 위대성이 있다할 것이다.
베르디 중기를 대표하는 "라 트라비아타"는 아리아와 낭송이 결합된 아리오소라는 형태가 독특하며 두 시간이 넘는 대작임에도 버릴 곳 하나 없는 선율의 보고이다. 그랜드 오페라단이 김자경오페라단과 공동제작한 "라 트라비아타"(공연 18~20일 문화회관 대극장)는 한마디로 최정상의 연주를 보여준 감동적인 무대였다.
우선 언제나 짧은 연습으로 고질적인 불안감을 주었던 오케스트라가 안정감과 뛰어난 표현력을 선보였고 특히 전체 음악을 장악하고 있는 지휘자의 해석이 단연 돋보였다.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주역진-소프라노 김영미(비올레타),테너 김영환(알프레도),바리톤 고성현(제르몽)-도 그 명성에 걸맞는 연주를 보여주었다.모처럼의 청량제같은 음악회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성과는 서울의 주역진과 어깨를 견줄만한 부산 성악팀의 열창이었다. 통상 서울의 주역진들은 지역 성악가들을 들러리로 만들기 십상이었는데 이번 연주는 그런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이미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소프라노 김유섬 테너 이칠성 바리톤 박대용의 열창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부산의 오페라 역사는 여러 단체가 명멸을 거듭하며 성장해왔다.지금은 이전에 비해 인적자원도 풍부하고 진행방법도 많이 발전했다.그러나 그 이면이 위태롭기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우선 날로 청중이 줄어드는 클래식 음악의 위기와 오너형태의 민간오페라단이 갖는 재정적 문제를 들 수 있다.공동제작 등 새로운 형태들이 동원되고 있지만 고질적인 재정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오페라라는 고급장르를 즐기는 청중은 분명 수준높은 음악애호가들이다. 최고의 연주에는 저절로 청중이 몰리게 돼 있다.
그간 여러 오페라단들이 선각자적 열정으로 팔을 걷어 붙여도 풀리지 않던 과제 해결엔 이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할 듯하다.페스티벌형식 등 어떤 명분을 갖고 부산의 크고 작은 오페라팀들이 힘을 합해 하나의 작품을 공동제작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이때 그 완성도나 제작의 효율성,청중동원력은 이전과 비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한목소리로 당당히 요구할 때 요원하던 시립오페라단이나 오페라 전용극장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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