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품 갈고 닦아 관객에 감동을
부산 공연계 '롱런 시스템' 자리 잡아
시립합창단·극단 등 장기공연 잇따라




부산 공연계에 '롱런 시스템(Long-run System)'이 뿌리 내리고 있다. 롱런 시스템은 한 작품을 관객 동원이 가능할 때까지 무대에 올리는 공연 방식이다. 부산시립합창단은 지난달 14일부터 4회 공연한 오페라 음악극 '윤동주(사진)'를 합창단의 고정 프로그램으로 삼고 특별공연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음악극으로 풀어낸 이 작품에 대해 공연이 거듭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시립합창단 측은 학교나 단체별로 공연 신청을 받은 뒤 오전 시간대 특별공연을 펼치기로 했다. 올 하반기에는 '수능생을 위한 특별공연'이 마련된다. 공연장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비롯해 중극장과 소극장 등 관객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부산시교육청은 시립합창단의 특별공연을 내년도 주요 문화사업 안건으로 심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양산시교육청은 지역 공연장을 활용한 특별공연을 요청하고 현재 일정 등을 논의 중이다.

시립합창단 김강규 수석지휘자는 """"새롭게 시도한 음악극을 몇 번의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쉬워 장기 고정프로그램으로 확정했다""""며 """"단원들도 부담 없이 공연을 계속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여 시립합창단의 대표 공연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립극단은 1978년 서울에서 초연된 '무엇이 될꼬하니'를 동래야류 등 부산의 몸짓과 가락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올해부터 고정 프로그램으로 삼고 지역 문화회관 등에서 잇따라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금정구문화회관과 북구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최근 경남 김해 가야문화축제에서도 선보였다. 5월에는 동래문화회관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7월 전북 전주시 소리의 전당 무대에도 오른다.

시립극단 단원들은 """"출연진의 호흡이 잘 맞고 공연 노하우도 생겨 매번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어 토·일요일도 반납하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립무용단의 경우 지난해 정기공연 작품인 '시집가는 날'을 잇따라 무대에 올린 데 이어 올해는 마당춤판 '장화홍련'을 지난 4월 25일 북구 덕천초등학교에서 공연하는 등 고정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민간 예술단에서는 그랜드오페라단의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가 대표적인 롱런 시스템 작품이다. 그랜드오페라단은 2007년 5월 이 작품을 제작한 뒤 30여 차례 공연했다. 그랜드오페라단 안지환 단장은 """"롱런 시스템을 적용하면 단체의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새로운 관객들이 계속 생기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롱런 시스템은 같은 작품의 장기공연에 따른 제작진과 출연진의 창작 의욕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입력: 2009.05.04 20:26 / 수정: 2009.05.04 오후 9:0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