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칼럼 <그랜드오페라단 10주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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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9 22:30 조회3,72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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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성 논설위원
예술 창작에는 늘 2개의 모순적 성향들이 충돌한다. 도취적, 감성적 충동과 형식적, 이성적 충동에 대한 조화가 그것이다. 소크라테스 철학에서 시작된 서양 합리주의 사상에 대한 경도는 전자보다는 후자의 흐름으로 흘러간다. 운율과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차단하고 세련된 생각의 훈련과 학습이 주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철학자 니체는 이런 현상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비극의 탄생에서 예술의 이상향으로 음악과 시가 합일되는 형태를 꼽았다.
오페라는 이런 시대 정신을 담뿍 받고 생겨났다. 르네상스 말기 무렵, 이탈리아 피렌체 귀족들은 그리스 비극의 음악성을 부활시켜 보자고 뜻을 모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4개 악기만을 연주하는 음악극 다프네다. 많은 음악사가는 이를 오페라 기원으로 보고 있다. 니체 역시 고대 그리스 비극의 노래와 이야기가 합일되는 장르를 원하면서 그 가능성을 바그너 오페라에서 본다. 하지만 후에, 바그너 오페라에서 민족주의와 전체주의적 혐의를 느낀 그는 바그너를 신랄하게 공격한다. 그래서 이탈리아 말 오페라 어원은 opera in musica(음악으로 된 작품)이다. 보통 클래식 음악과 달리, 음반만으로 감상하면 오페라 진수를 느낄 수가 없다.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볼거리를 놓칠 수 없는 것이 그 이유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부산의 그랜드오페라단이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기념 공연으로 모차르트 대작 오페라 마술피리를 4~5일 김해, 12~14일 부산에서 각각 공연한다. 오페라 대중화에 힘써 온 그랜드오페라단 10주년 기념 공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부산 음악계에 뜻있다. 예술이 예술가들의 이야기만 아니라면,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음악과의 만남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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