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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 음악의 미래 오페라에 있다>(20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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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9 21:19 조회3,5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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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음악의 미래 오페라에 있다 

 

부산일보 2005/04/08


부산 오페라계에 봄을 알리는 화신(花信)은 언제쯤 날아들까. 열정만 가득하고 수확은 주춤한 지역 오페라의 한계상황을 돌파하려는 음악인들의 움직임은 간단없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부산시나 사회적 무관심의 턱은 번번이 높았다. 오페라 하우스와 시립오페라단 출범은 빛 좋은 현안(?)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오페라의 계절 4~5월을 맞아 부산 오페라의 현재를 짚어 봤다. 김문희(성악가·부산대 교수) 안지환(그랜드오페라단 단장·신라대 교수) 김원명(음악평론가·경성대 교수)이 자리를 함께했다.

 부산의 오페라는 진화 중이다. 오페라단이 속속 생겨나고 향수층도 두꺼워졌다. 지난 1996년 출범한 그랜드오페라단을 비롯하여 가야 제일 아지무스 미래와음악 등이 오페라 작업에 나서고 있다. 오페라단이라는 이름을 내걸지 않은 곳도 오페라 작업에 의욕적이다. 김원명 교수는 "한 편 올릴 때마다 집 한 채 날린다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봄 가을에 한 편 정도씩에 그쳤지만 지금은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며 "부산 오페라가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지점에 음악인들은 주목하고 있다. 안지환 교수는 "유학을 다녀온 젊은 음악인들이 속속 귀국했고 그랜드의 경우 자발적 유료 관객이 5천명을 웃돌고 있다"고 했다. 김문희 교수는 "오페라 향수층이 형성됐는데,오페라는 종합예술로 아리아 중창 합창 등 성악과 기악반주뿐 아니라 연기까지 들어가 대중성이라는 큰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원명 교수는 오페라와 대중성의 역사적 관계를 죽 나열한 뒤 "학교에서 음악의 이해 수업을 하면서 오페라 관람을 권한 적이 있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관람신청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며 오페라의 수요가 만만치 않음을 강조했다. 부산에서는 40대 이상의 세대를 겨냥한 오페라가 자주 무대에 오르는데 20대를 타깃 삼은 오페라를 제작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좌절,그러나 버릴 수 없는 꿈

오페라의 수요는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음악인들의 열정이라는 공급도 충분하다. 문제는 예술의 고단한 처지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것이 예술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페라는 제작비만 몇 억원을 호가한다. 이 지점에서 오페라는 다시 한 번 질긴 운명 같은 좌절을 예비해 놓고 있다.

 김문희 교수는 "성악을 배우는 학생들의 최고 목표는 프리마 돈나(prima donna) 혹은 프리모 우오모(primo uomo)입니다. 거기에 희망과 성취감이 있습니다. 부산을 비롯하여 국내에서는 여건이 여의치않아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하고,공부를 하고 귀국하면 또 무대가 없습니다. 민간오페라단과 작업을 하려면 여전히 경제적 부담을 껴안는 경우가 많지요. 서울은 더욱 심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음악인들의 좌절이 가로놓인다. 무대에의 꿈과 척박한 현실의 충돌인 셈이다. 아무래도 생산자의 의욕을 소비자인 관객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안지환 교수는 오페라단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지금의 현실로서는 수익발생구조가 생기지 않고 있다고 단언한다. "예술가의 자존심이 걸려 있지만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협찬이나 지원금 등에 의존하다 보면 적자가 누적되고,지출규모를 줄여 투자를 적게 하면 질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요. 역시 투자를 많이 한 작품은 R석,그러니까 비싼 표부터 팔리더라고요. 이래저래 여의치않아 출연자들이 공동부담하는 쪽으로 오페라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 것일까. 김원명 교수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분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한꺼번에 달성하려는 것은 두 방향으로 뛰는 토끼를 같이 잡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무대를 만들면서 기획목표 제작목표를 뚜렷이 해야 합니다. 민간오페라단은 총수익의 극대화에,시립단체는 수익보다는 관객극대화에 신경을 써야지요. 부산의 오페라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데 이 같은 구조를 먼저 타파해야 합니다. 기여금만으로로 해결하려는 것은 전근대적입니다. 입장료 수익을 올리는 데 매진해야지요."

 오페라는 대중성에 방점을 찍고 출현한 예술장르다. 하지만 영화에 밀려 인기도 예전같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상시대를 맞아 입장료 수익에도 분명 한계는 있을 것이다. 부산시나 기업의 메세나가 절실히 요청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부산 오페라의 활로는 어디에

서울시는 2007년까지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세우기로 했다. 전남은 해상오페라하우스를 꿈꾸고 있다. 대구시는 시립오페라단에다 오페라하우스까지 구축하여 부산 음악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사고 있다. 부산의 오페라하우스는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문화가 관광이 되는 시대에 꿈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호주를 상징하는 데다 연간 공연관람객이 200만명으로 한 해에만도 63억원의 관광수익을 톡톡히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희 교수는 시립오페라단의 출범이 시급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부산이 제2의 도시이고 동북아거점도시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 같은 면모를 갖추려면 시립오페라단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함양되고 더불어 민간 오페라단도 질적으로 한 단계 높아질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오페라하우스 건립 분위기도 조성될 겁니다."

 민간오페라단을 운영하고 있는 안지환 교수는 오페라하우스가 부산의 랜드마크가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오페라하우스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오페라단이냐 오페라하우스냐,선후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프라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각 요소,역할별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오페라 발전을 도모했을 때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업메세나나 관·재계의 지원 확대,창작오페라 제작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한때 구체적으로 장소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만치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관계로 섣불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부산시나 정치권에서는 끊임없이 어젠다가 되어 왔다.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벤치마킹하여 민간업자의 기부채납방식이라도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일어왔다. 어쨌든 예산의 우선순위로 보아 시립오페라단의 출범이 보다 현실적인 것은 사실이다.

 김원명 교수는 "시립예술단이 민영화되는 추세여서 시립오페라단에 대해 한때 부정적이었지만 지원이 우선이고 효율성이 나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시립오페라단은 반드시 설립되어야 하며,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생력을 갖는 것이며 자생력을 가지려면 지역의 성악가 오케스트라 관객 등 모두가 오페라단을 계기로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의 오페라는 곧 부산의 음악이다. 오페라에는 성악 기악 모두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오페라의 미래는 부산 음악의 미래로 연결된다. 따라서 부산 음악은 운명적으로 오페라를 노래할 수밖에 없고 꿈꿀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임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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