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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권의 오페라 따라잡기] 영국 로얄오페라하우스의 <라 트라비아타>에 젖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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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9 20:51 조회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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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권과 함께 오페라 따라잡기 1.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라 트라비아타>에 젖다.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김 석 권
(그랜드오페라단 후원회장)

  오페라는 400여년의 역사를 통해 최고 수준의 예술성을 유지해오고 있는 음악의 한 장르이다. 오페라는 성악, 합창, 발레와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음악과 문학, 설치미술, 연출이 어우러져 인간의 감성과 지성이 빚어낸 총괄적인 종합 예술이기에 이것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높은 예술적 안목과 교양을 요구한다. 그래서 오페라는 흔히 어렵다고 말한다. 사실 오페라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만만한 것이 오페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페라는 즐거운 것이다. 연극적인 감동이 있고, 성악가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충격적인 전율이 있고, 무대의 변화와 연출에 따라 항상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오페라이다. 같은 오페라를 수없이 보아도 언제나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성악가들의 음성과 표현이 다르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다르고 무대설치가 다르고 출연자들의 의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의사는 미를 창출해내는 심미안적 안목과 풍부하고 섬세한 감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성형외과 의사에게는 그 어떤 예술보다도 이 오페라 감상이야말로 심미안적 안목과 섬세한 감성과 지성을 높여줄 수 있는 고급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성형외과 선생님 여러분들이 쉽게 오페라에 접근하고 이해하여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오페라를 만만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학회 회보의 지면을 통해 오페라에 관한 내용과 에피소드 등을 연재하고자 한다.

   오페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오페라 꿈의 무대라고 하는 세계 유수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을 꿈꾼다. 이 꿈의 무대는 밀라노의 라 스칼라 좌,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 빈 국립오페라 극장을 일컫는데 이들을 세계 4대 가극장이라 한다. 이 외에도 쌍트 페테르부르그, 파리 샹젤리제 극장과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뮌헨과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 취리히 오페라 극장, 나폴리 산 카를로 오페라 극장과 베네치아의 페니체 오페라 극장,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하우스, LA 오페라 하우스, 암스테르담 뮤직 하우스 등이 유명하며, 이 밖에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훌륭한 오페라 극장을 자랑하고 있다.

 

<로열오페라 하우스 정면 모습>

 

 

<로열오페라 하우스 내부의 정면 모습>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유럽 성형외과 학술대회 참석했을 때 런던에 머무는 동안 코벤트 가든에 있는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 관람을 하였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둔 터라 무척 설레었다. 두어 시간 일찍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하여 코벤트 가든을 둘러보았다. 이 코벤트 가든은 원래 영국왕실에 채소류를 공급하는 농장이었으나 이곳을 개발하여 문화예술 상업지역으로 개발하였다고 한다. 문화예술의 거리답게 거리와 상가에는 거리의 악사들, 마술사들의 공연이 이어지며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었다. 극장의 객석에 입장하니 250파운드의 비싼 티켓임에도 불구하고 1층 뒤쪽의 우측 열 좌석이었다. 그러나 극장 앞뒤의 거리가 짧아 감상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5층으로 된 테라스 좌석들을 올려다보니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아마도 가수들의 목소리는 잘 전달될 수 있을 것 같다. 유럽의 가극장은 극장전체가 하나의 공명통처럼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벤트가든의 상가지역>

   공연시간이 되자 영국 왕실 문양이 수놓인 진홍색 커튼이 이내 열리고 유명한 서곡이 연주되었다. 베르디의 음악은 물이 흘러가듯 비단결처럼 가슴을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비올레타의 사랑의 동기에서는 비극적 사랑을 암시해주며 촛불이 흔들리듯 여린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하여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내다가 감동적인 선율로 촛불이 꺼지듯이 사라진다.

   막이 오르면 떠들썩한 저녁파티가 비올레타의 화려한 살롱에서 열린다. 손님들이 속속 등장하고 알프레도의 친구 가스통 자작이 비올레타에게 알프레도를 소개한다. 알프레도가 비올레타를 오랫동안 사모해왔다고 말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긴다. 이윽고 알프레도는 “축배의 노래, 마시자 마시자.”로 이중창을 선창한다. 뒤이어 비올레타가 받아 ‘사랑은 덧 없으니 이 순간을 마시고 즐기자’고 화답하며 합창으로 이어진다. 옆의 무도회장에서 춤곡이 들려오고 모두 춤을 추러 자리를 옮긴다. 남아있던 비올레타는 기침을 하며 몸을 가누지 못한다. 둘만 남게 되자 알프레도는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을 감미롭게 부르며 그녀에게 순수한 사랑의 고백을 하자 그녀의 마음도 그만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새벽이 밝아오며 사람들이 돌아가고 혼자 남은 비올레타는 상념에 잠기어 “아 그이인가”를 부르며 알프레도가 마음에 들어온 것을 느낀다. 그러다가 갑자기 현실로 돌아오며 ‘아니야, 다 부질없다’고 뇌까리며 “언제나 자유롭게”를 부른다. ‘쾌락만이 최고야.’라고 하면서 다가오는 사랑을 애써 외면하며 화려한 멜로디로 치닫는다.

 

   2막이 열리는데 그동안 비올레타는 파리생활을 접고 교외에 집을 얻어 알프레도와 동거를 하고 있다. 알프레도는 꿈같은 생활을 찬미한다. 비올레타가 안락한 생활을 위해 가구와 마차를 팔아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는 수치심에 휩싸인다. ‘아, 부끄럽다. 나는 그간 파렴치하게 살아왔구나. 돈을 구하러 파리로 가리라.’ 그가 나가고 비올레타는 파리에서 친구 플로라가 보낸 무도회 초대장을 받지만 이런 건 필요 없다고 던져버린다. 그때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팽팽하게 대화를 하다가 “나에게 천사 같은 딸이”라는 2중창으로 발전해간다. 오빠의 행실 때문에 여동생의 혼사에 방해가 된다. 그러니 제발 아들과 헤어져 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잠깐 헤어져 있을 수 있다고 하자 영원히 이별할 것을 요구한다. 비극의 근원을 드러내는 오페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면이다. 비올레타는 헤어질 결심하고 ‘나를 딸처럼 안아달라’고 말하며 슬픔으로 흐느낀다. 제르몽이 떠나고 혼자 남은 비올레타는 울면서 알프레도에게 작별의 편지를 쓴다. 알프레도가 들어오자 편지를 숨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알프레도에게 슬픔을 숨기며 “알프레도 나를 사랑해주오. 언제까지나”를 부른다. 오페라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대목으로 웅장한 관현악과 함께 비올레타가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비올레타가 나간 후 혼자 남은 알프레도에게 심부름꾼이 이별의 편지를 전한다. 편지를 읽고 흥분한 알프레도에게 아버지가 나타나 “프로방스의 바다와 육지”를 부르며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고향 프로방스의 밝은 하늘과 푸른 바다로 돌아가지고 애타게 설득하지만 알프레도는 비올레타가 자신을 배신한 이유가 전 애인이었던 뒤폴 남작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플로라가 주최하는 파티에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헤어졌다는 수군거리는 합창이 시작되고 집시들이 등장하여 춤을 추고 투우사도 노래한다. 알프레도가 등장하여 뒤폴의 도박에 참여하고  그를 상대로 계속 돈을 딴다. 남작이 많은 돈을 잃게 되자 알프레도의 신변이 걱정된 비올레타는 위험하니 이곳을 떠나라고 충고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알프레도는 남작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그를 단념시키기 위해 비올레타가 ‘그렇다’고 말하자 사람들 앞에서 도박으로 딴 돈을 던지며 ‘그동안 너에게 진 빚은 이걸로 갚는다.’ 라고 말하며 그녀를 모욕한다. 충격을 받은 비올레타는 쓰러지고 뒤폴 남작은 알프레도에게 그녀의 명예를 위해 결투를 신청한다. 제르몽이 들어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아들의 못난 행동을 나무란다.


 비올레타의 슬픈 운명을 예고하듯이 전주곡이 울리고 3막이 열린다. 비올레타는 병상에 누워있고 의사 그랑빌이 왕진을 한다. 의사는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은 것 같다고 시녀 안니나에게 말한다. 거리에는 카니발이 시작되어 창밖에 떠들썩한 음악이 들린다. 비올레타는 안니나에게 돈이 얼마 남았는지 묻고는 그 중 절반은 빈민들에게 나눠주라며 그녀를 내보낸다. 혼자 남은 비올레타는 제르몽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꺼내 읽는다. ‘당신은 약속을 지켜주었소, 결투에서 남작이 부상당했지만 회복되고 있소. 알프레도는 외국에 나가있소. 당신의 희생에 대해 아들에게 말했으니 그가 곧 당신에게 갈 것이오.’ 편지를 읽고 난 후 울분을 참지 못하고 비올레타가 소리친다. ‘늦었어!’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에 비친 초췌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지난날이여 안녕”을 부르며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흐느낀다. 알프레도가 들어오고 두사람은 열정적인 포옹을 한다. 두 사람은 마지막 2중창 “파리를 떠나서”를 열창한다.

  피날레에 접어든다. 비올레타는 그의 귀환에 감사하기 위해 성당으로 가겠다고 외출복을 찾지만 몇 걸음도 못가 쓰러진다. 알프레도의 품에서 안간힘을 쓰며 당신이 나를 구하지 못하면 이세상의 그 무엇도 나를 살리지 못한다고 절규한다. 안니나, 의사, 제르몽이 들어온다. 비올레타는 가장 친절한 사람들 사이에서 죽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자 제르몽은 이제야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았다고 후회한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주며 ‘당신을 진실로 사랑했던 여인의 초상입니다. 아름답고 순결한 여자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녀와 결혼하고 이것을 주라.’고 유언을 하니 모두 눈물을 흘린다. 비올레타가 일어나며 ‘이상해, 고통이 사라져 버렸어. 다시 살 것만 같아’라고 말하다가 알프레도의 품에 쓰려져 숨진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오페라는 바로 <춘희>라고 일본인이 번역한 이 <라 트라비아타>이다. 그러나 <라 트라비아타>의 옳은 번역은 <잘못된 길을 들어선 여인>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국에서 초연된 오페라 역시 이 작품이며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이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이니 최고의 오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르디는 파리에서 유행하던 이 연극을 보러 갔는데 알렉산더 뒤마 피스가 자신의 경험적 사실을 쓴 <동백꽃 부인 La Dame aus Camelias>이었다. 베르디가 이 연극에 큰 감동을 받고 작곡을 시작해 이듬해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라는 이름으로 초연되었으나 공연은 실패로 끝났다. 베르디는 1850년대를 배경으로 한 그 시대의 현대 오페라를 만들었는데 이 점이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했으나 비올레타 역의 여가수가 너무 뚱뚱하여, 청순하고 가냘픈 폐결핵으로 죽어가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살리지 못한 것도 원인이었다. 그 후 베르디는 시대 배경을 1700년대로 바꾸고 곡도 약간 수정하여 재공연을 하였고 크게 성공하였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역은 여자 주인공 비올레타 발레리 역이다.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의 오페라 중 유일한 ‘프리마돈나 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데, 프리마돈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무대를 떠나지 않고 노래를 해야 하는 어려운 역이다. 따라서 소프라노 가수라면 누구나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 하는 꿈의 배역이다. 역대 유명한 비올레타 역으로는 마리아 칼라스가 기준이 되고 있으며 안젤라 게오르규가 1955년 코벤트 가든에서 이 역에 도전하며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모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날의 연주에서는 신예 에르모넬라 야호(Ermonela jaho)가 프리마돈나로서 젊은 미모의 20대 비올레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안젤라 게오르규가 그러했듯이 그녀도 스타덤에 오를 수 있을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알프레도 역에는 Saimis Pirgu, 제르몽 역에 Dmitri Hvorostovsky가 열연한 감격적인 무대였다. 중간의 인터미션 시간에 가극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공연했던 유명한 오페라 장면들을 미니어춰로 장식하여 전시해 놓은 것이 이채로웠다. 별실의 레스토랑에서는 관객들이 샴페인과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필자도 동참하여 와인을 마시며 축배의 노래를 회상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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