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에 던지는 무서운 질문”
흔히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라고 불려지는 이 오페라의 제목은 ‘여자는 다 그래’란 뜻이다. 얼마 전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목이 더 보편적이었다. 제목만 보면 남자들은 고개가 끄덕여 질지도, 여자들은 여성비하 적인 말에 벌써 두 주목이 불끈 쥐어질 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내용이 파트너 바꾸기라는 것을 알게 되면 표정은 분노와 당황의 빛깔로 변할 지도 모른다. 처음에 장난 반 그리고 호기심 반으로 시작하는 가벼운 내용은 중반이 지나면서 결코 웃을 수 없는 진지한 이야기로 변해 간다. 그리고 인간의 참을 수 없는 불완전함을 들여다 볼 때 우리들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고개를 들 수 없게 된다. 아니 세상을 모르는 사람은 이해못할 내용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세파를 겪은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 관객들은 또 한번 머리 좋은 모차르트와 다 폰테의 위대한 교묘함에 속은 것이다.
등장인물은 단 6명이다. 이런 형태는 과거 오페라 발달의 초기에 나폴리 등을 무대로 크게 발전했던 희가극(오페라 부파)의 전형적인 구조이다. 즉 ‘나폴리 스타일’은 두 쌍의 남녀커플이 나오고 그들을 조정하는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더해지는 구도이다. 이런 형태는 오랫동안 희극 오페라의 전형적인 형태를 이루었고, 그 잔재는 나중의 푸치니의 <라 보엠>에까지 나타난다. 이런 형태는 우리의 고전극에도 나오는데, 예를 들어 <춘향전>을 보자. 몽룡과 춘향으로 이루어지는 한 쌍과 향단과 방자의 두 번째 쌍으로 주인공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들을 방해하는 변사또와 그들을 도와주는 월매의 6인이 배역을 이루고 있다. 이런 6인의 오페라 부파는 한 두 명의 스타 보다는 6인의 협력적인 공동작업이 더욱 중요하어, ‘앙상블 오페라’라고도 불린다. 즉 모차르트의 <돈 조바니>나 <피기로의 결혼>은 이 형태의 변형이며, <코지 판 투테>와 더불어 <후궁 탈출>은 전형적인 6인극이다.
이야기는 18세기 이탈리아의 나폴리이다. 상류층들만 사는 멋진 언덕의 어느 빌라에 두 아름다운 자매가 살고 있는 데, 그들의 이름은 언니 피오르딜리지와 동생 도라벨라이다. 두 아가씨는 각기 애인을 가지고 있는데, 그 남자들은 잘 생기고 건강한 나폴리의 젊은 장교들이다. 그들은 서로 친구 사이로서 피오르딜리지의 연인은 굴리엘모이며 도라벨라의 애인은 페르난도이다. 두 남자는 그들의 친구인 이웃 철학자 돈 알폰소와 대화하던 끝에 여성들의 정조 관념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세상의 여자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돈 알폰소의 시니컬한 발언 앞에서, 아무리 세상의 여자들이 모두 문란하다 하더라도 그들의 애인들은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거라며 두 장교는 떠든다. 결국 세 남자는 내기를 하게 된다. 즉 두 장교는 외국의 전장으로 출정한다는 연극을 하고, 그들의 애인들을 떠나는 것이다. 그 후 그들은 외국인으로 변장하고 등장하여, 원래의 파트너를 바꾸어서 구애를 해보기로 하는 것이다. 돈 알폰소는 연극을 돕기 위해 두 여자들의 하녀인 데스피나를 매수한다. 그리고 파트너 바꾸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여인들의 마음은 바위처럼 굳어서 새로 나타난 이방인들에게 자신들의 마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 스토리에서 중요한 것이 각 배역들의 성부(聲部)이다. 피오르딜리지는 소프라노이며 도라벨라는 메조소프라노이다. 그리고 굴리엘모는 바리톤, 페르난도는 테너이다. 그래서 두 쌍은 소프라노-바리톤, 메조소프라노-테너의 커플을 이룬다. 게다가 돈 알폰소는 베이스가 데스피나는 보다 하녀 같은(전문적인 용어로는 수브레토라고 한다) 분위기의 여성이 맡는다. 두 남자가 변장을 하고 각기 친구의 애인에게 접근하게 시작할 때, 처음에는 단단한 벽에 부딪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새로운 쌍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소프라노-테너, 메조소프라노-바리톤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하모니(어쩌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커플의 노래가 아름답게 들려오기 시작할 때, 관객들이 한편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성의 불완전함과 약속의 덧없음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 한번 모차르트의 기막힘에 찬탄을 하면서...
이 오페라는 최고의 작곡가 모차르트의 작곡에 당대 최고의 이탈리아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의 대본으로 가사와 음악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걸작이다. 이 두 사람의 명인들은 <피가로의 결혼>과 <돈 죠바니> 그리고 <코지 판 투테>의 세 편의 오페라 부파를 연속해서 써내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흔히 이 세 작품을 다 폰테 3부작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한꺼번에 3일 연속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 세 작품은 모두 ‘성(性)’이라는 예민한 소재를 멋지게 다루면서, 인간의 속성을 비웃는 통렬함까지 갖춘 명작들이다. 특히 <코지 판 투테>는 비록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유명도는 떨어지지만 그 뛰어난 앙상블과 음악성은 모차르트 예술세계의 빛나는 금자탑이다
이 오페라에는 피오르딜리지의 <바위가 움직이기 않는 것처럼>, 페르란도의 <사랑의 산들 바람은>, 데스피나의 <여자 나이 15세면> 등 뛰어난 아리아들과 각 배역들 사이의 중창들이 끊임없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흐른다.
끄떡도 않던 두 여자들은 결국 새로운 남자의 공세에 굴복한다. 그러나 두 여자의 속도는 다르다. 이것 역시 모차르트의 놀라운 천재성인데, 피오르딜리지는 정조라는 자신의 이름뜻처럼 보다 천천히 거의 마지막에 손을 들고 도라벨라는 경박한 이름처럼 초반에 넘어간다. 무너지는 와중에도 두 여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세심함이 역시 모차르트와 다 폰테에 의해 배려되는 것이다. 그렇지, 세상에 여자가 다 같다지만, 어쩌면 같은 여자는 하나도 없다. 게다가 그들은 새 애인과 결혼까지 하게 된다. 이 때 외국에 갔다던 애인들이 갑자기 돌아오는 것이다. 두 여자는 고개도 들지 못하지만, 그들의 결혼이 가짜였기 때문에 다행히 그녀들은 본래 애인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 오페라가 끝나면 관객들이나 평자들이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이 사건 이후에도 두 쌍은 이전처럼 행복할까? 비 온 후 땅이 더욱 굳듯이 잘 살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이미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었던 여자와 남자가 다시 이전의 믿음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난 모르겠다. 아니 더 이상의 개인적인 견해의 피력은 소주라도 놓고 해야할 몫이리라... 그러나 어쨌든 이미 오페라는 끝난 후고, 결론은 관객들의 몫이다. 그리고 물론 여러분들도 지금이 아니라 모차르트의 이 명작 오페라의 전곡을 다 보고나서 판단할 일이다.
< 코지 판 투테>는 비록 희극의 옷을 입고 있지만 이제 아무도 희극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이 작품은 인간 본성에 대해 놀랍게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에, 이것은 실로 모든 오페라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최고 걸작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