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권의 오페라 따라잡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나비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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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9 21:05 조회2,4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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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권과함께 오페라 따라잡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나비부인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그랜드 오페라단 후원회장
김 석권
2003년 8월 시드니에서 개최된 국제성형과 학술대회의 전야제 행사에서 오페라 가수들이 등장하여 다소 코믹하게 오페라 갈라 공연을 해서 매우 유쾌했던 기억이 새롭다.
학술대회 기간 중에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공연이 계획되어 있어서 나는 학회에 참석한 일행들에게 나비부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허밍코러스를 직접 들려주었더니 모두 관심을 보여 모두 오페라 공연을 예매해 두었다. 그날의 오페라 하우스 공연장에는 학술대회에 참석한 많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나비부인>공연에 열광하였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호주전체를 대표하는 시드니의 랜드 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개의 조가비를 바로 또는 등을 지도록 포개 놓는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추상적이고도 기하학적 배치로 바다에 떠있는 요트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시드니의 푸른 하늘과도 잘 어울린다. 이웃에 있는 하버 브리지의 동남쪽에 있는 서큘러 키에 위치하고 있어 바다에서 바라보면 이 오페라 하우스는 하버 브리지, 오피스 빌딩들과도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주 정부는 1955년 오페라 하우스 건립 자금을 마련하고 국제 공모전을 개최하여 채택된 덴마크의 무명 건축가 이외른 웃존(Jørn Utzon)의 설계로 지어지기 시작하였으나, 풍부한 상상력과 역동성은 건축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고 더구나 건축비가 대폭 늘어나 건축이 중단되기로 하였으며 1966년 건축비용과 인테리어에 대한 논쟁으로 결국 웃존은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되었다. 웃존이 처음 설계했던 더욱 놀라운 외형은 그래서 모두 반영되지 못하였고 핑크색 화강암을 이용한 실내장식도 지역 건축가들에 의해 고쳐지고 말았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비슷한 규모의 건축물에 비해 무려 14배 정도에 해당하는 건축비용이 들어갔고 건축을 위한 준비기간도 9년이나 더 걸렸다고 한다. 드디어 1973년에 완공되어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개관 테이프를 끊음으로 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그러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이 오페라 하우스로 인해 시드니를 세계 최고의 미항, 관광명소로 탈바꿈 시켜놓았다는 것이다.
이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오스트레일리아 국립 오페라단과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무용단의 본거지이며 녹음실, 전시장, 도서관 시설도 갖추고 있다. 오페라 공연장은 2700석의 현대식으로 꾸며진 좌석 배치를 하고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마담 버터플라이>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게 열광하거나 무시한다. 열광하는 자들은 이 오페라가 가지고 있는 음악의 매력에 빠져본 사람들이고 무시하는 자들은 왜색 짙은 오페라의 배경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대게 이 오페라에 대하여 열광하지만 일부의 여성들은 너무 굴종 적이고 비참한 여성상에 대하여 싫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푸치니가 만들어놓은 이 오페라의 음악코드를 풀게 된다면 언젠가는 오페라<나비부인>에 푹 빠져들고 말 것이다. 그런 만큼<나비부인>은 명작이다. 푸치니의 명작들인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두트 중에서도 그 수준 높은 음악성과 세련미에 있어서는 단연 첫 손가락을 꼽을 만한 명작이다.
21세기 초 한국이 선진대열에 진입하면서 K-팝, 드라마를 비롯한 한류문화는 가히 욱일승천이다. 19세기 말 일본은 세계의 강대국으로 발돋움하였고, 일본을 소재로 한 문학, 미술, 동양적 분위기는 당시 파리를 비롯한 유럽의 지식인들을 크게 자극했다. 바로 일류의 유럽 공습이었다고나 할까?
프랑스 해군장교였던 피에르 로티는 동양에서 근무가 끝나고 파리로 돌아가 1887년 <국화부인>이라는 소설을 발표하였는데 당시 일본이 개항한 나가사키에서 있었던 프랑스 해군장교와 현지 게이샤와의 계약결혼을 다룬 소설이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변호사인 죤 루터 롱의 여동생이 선교사의 부인으로 나가사키에 가 있다가 들은 어떤 게이샤가 사랑에 실패하여 음독했다는 이야기를 롱에게 들려주었다. 롱은 프랑스 로티의 소설을 배경으로 여동생이 제공한 사실을 엮어 ‘나비부인’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소설로 발표하였다. 이 소설을 읽은 미국의 극작가 데이비드 벨라스코가 이것을 희곡으로 만들어 1900년 뉴욕 무대에 연극을 올렸다. 이 연극은 대성공을 거두어 그해 영국에서도 공연되었고 마침 <토스카>의 영국 공연을 위해 런던에 와 있던 푸치니가 이 화제의 연극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이탈리아 오페라 대본가인 루이지 엘리카와 주세페 자코사에게 의뢰하여 오페라 대본을 만들었는데 푸치니의 의견도 많이 반영되었다. 작곡에 착수한 푸치니는 최면에 걸린 듯 초초상이라는 주인공의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초초 상은 그의 이상적 여인상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일본인이나 게시야가 아니라 청순가련하고 일편단심의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푸치니는 당시 일본사회의 속요들을 수집하고 동양의 5음계를 연구하는 등 철저히 준비를 하였다. <나비부인>의 음악은 매우 선율 적이며 동시에 색채 적이다. 오페라 전체가 하나의 긴 통절가곡처럼 유유히 흘러간다. 바그너의 유도동기의 영향도 많이 받아 다양한 주제들이 그 인물이 등장하거나 어떤 기분, 사건을 회상할 때 어김없이 흘러나온다. 화성이 근대적이며 조바꿈도 교모하게 이루어져 매우 세련되게 들리며 금관악기와 타악기를 적절히 사용하였다.
1904년 2월 오페라 <나비부인>은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나 참담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양풍의 무대, 낯선 5음계 음악, 너무 긴 2막이 원인이었다. 관객들은 <라보엠>의 아류라고 폄하하기까지 했다. 결국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충고를 받아들여 라보엠과 유사한 진부한 부분을 잘라내고 2막을 1장과 2장으로 나누고 테너 아리아를 추가하는 수정을 단행하여 3개월 후 브리샤의 그란데 극장에서 개정판을 올려 대성공을 거두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경우 90년 동안 500회 이상 공연되었으니 나비부인은 세계최고 인기 오페라가 되었다.
막이 오르면 언덕위에 일본식 집이 있고 멀리 나가사키 항이 보인다. 이 집을 세내어 살기로 한 핑거튼 중위는 중매쟁이 고로와 집을 살펴보고 있다. 시중을 들 스즈키를 비롯한 하인 세 명을 소개하지만 핑거튼은 별 관심이 없다.
샤플레스 영사가 언덕을 올라온다. 핑커튼을 세계의 항구들을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자신의 향락적 생활을 짧은 아리아 ‘세상을 누비고 다니는 양키’로 당당하게 부른다. 샤플레스는 핑커튼과 결혼할 초초상이 매우 진진해 보였으니 그녀를 가슴 아프게 하지 말라고 이른다. 그러나 핑커튼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는 미국여자와 정식으로 결혼할 것이라고 말한다.
합창이 들리며 신부의 행렬이 언덕을 올라오고 있다. 합창 중 초초상의 소프라노 노래가 유독 크게 들리는데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입니다.’ 라고 노래한다. 핑커튼은 신부를 맞이하고 영사가 그녀에게 자신을 소개하라는 질문을 한다. 초초 상 자신은 원래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죽고 가세가 기울어 게이샤가 되었다고 말하며 이제 15세라고 말한다. 핑커튼은 신부에게 방을 보여주고 초초 상은 가지고 온 작은 예물을 보여주는데 그중에는 아버지가 할복자살한 단도도 있어 핑커튼은 놀란다. 초초 상은 어제 교회에 혼자 가서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가족을 잊고 장래를 핑커튼에게 맞기겠다는 의지를 노래한다.
간단한 결혼식이 끝나고 사람들은 축배를 나눈다. 그때 초초상의 삼촌인 스님 본조가 등장하여 그녀가 개종한데 대해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를 비난하자 핑커튼은 ‘여기는 내 집이다 모두 다 나가라.’고 소리치자 모두 나가버린다. 주위는 조용해지고 초초상과 핑커튼 두 사람만이 남는다. 어둠이 깔리자 핑커튼은 그녀를 안으며 초야의 2중창인 ‘저녁은 다가오고’를 길게 부른다. 선율이 세련되고 아름다우며 극적이다. 음악은 이미 그녀가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묘사한다. 핑커튼은 ‘나비라는 이름이 귀엽다.’라고 말하자 서양에서는 ‘나비를 잡아 바늘로 고정한다면서요.’라고 자신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3년후 같은 장소에서 2막이 오른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초초 상을 위해 시녀 스즈키는 신에게 기도를 한다. 생활비가 얼마 남지 않은데 대해 스즈키가 외국인 남편은 모두 돌아오지 않더라고 말하자 초초 상은 화를 내며 ‘그이는 울새가 둥지를 틀 때면 돌아온다고 했어.’라고 말한다. 이윽고 초초 상은 아리아 ‘어떤 갠 날’을 부른다. ‘맑게 갠 어느 날 하얀 연기와 함께 배를 타고 그가 올거야. 그가 날 부르며 올라올 때 난 대답하지 않고 숨을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몰라 그런 날이 꼭 올거야!’ 기나긴 기다림으로 지쳐버린 여자가 스스로에게 사랑의 확신을 다짐하는 참으로 아름답고도 슬픈 아리아이다.
사플레스와 고로가 집에 오자 초초 상은 그들을 극진히 대답하는데 사플레스가 핑커튼의 편지를 가지고 왔다고 말한다. 초초 상은 기뻐하며 ‘벌써 울새가 세 번이나 둥지를 틀었는데 미국의 울새는 언제 둥지를 트나요?’라고 묻는다. 이때 야마도리 공이 부하를 데리고 등장한다. 그동안 초초 상에게 구애해왔던 귀족이다. 고로가 ‘공에게 시집가면 편히 살 수 있다. 남자가 3년 동안이나 오지 않는 것은 이혼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거들지만 야마도리의 구애에도 초초 상은 거들 떠 보지도 않자 사플레스는 그녀의 지조에 감동한다. 야마도리와 고로가 돌아가고 영사는 핑커튼의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하는데 편지의 2중창 ‘친구여 보시오’이다. 사플레스가 읽는 구절마다 초초상의 방해가 교묘히 어울려 재미있고도 슬픈 대목이다. 사플레스는 ‘만약 그가 돌아오지 않는다면?’하고 묻자 강열한 관현악 사운드와 함께 ‘그렇다면 길은 두 가지이지요 다시 게이샤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죽든지...’그러자 영사가 ‘야마도리의 구혼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그녀는 ‘당신도!’라고 화를 낸다.
극적으로 고조된 음악과 함께 그녀의 품에는 금발의 사내아이가 안겨있다. 그녀는 자신의 비통한 심정을 ‘엄마가 너를 안고’를 부른다. 그녀는 영사에게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고 아버지에게 전해 달라.’라고 말한다. 게이샤가 되어 아이를 키울 수 없으니 나는 죽음을 택할 것이다. 라고 말하며 아이를 끌어안는다. 아이의 이름을 묻는 영사에게 ‘지금은 눈물이지만 그가 돌아온다면 기쁨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스즈키가 고로를 끌고 온다. 스즈키는 나비부인에게 고로가 나비부인에 대한 나쁜 소문을 내고 다닌다고 이르고 화가 난 초초상은 단도를 꺼내 그를 위협하자 놀라 도망간다. 이때 항구에서 대포소리가 나고 군함이 입항한다. 초초상은 떨리는 손으로 망원경을 본다. 군함에는 ‘에이브러함 링컨’ 이라고 쓰여 있다.
그렇게 기다리던 남편을 맞이하기 위해 초초 상과 스즈키는 극진한 준비를 한다. 정원의 꽃을 따서 방을 장식하며 ‘벚꽃가지 흔들어 꽃잎을 깔고’를 부른다. 소르파노와 메조소프라노의 행복과 정성이 깃든 꽃의 2중창이다. 초초 상은 정성껏 화장을 하고 결혼식 때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는다. 아이와 함께 세 사람은 창호지에 세 개의 구멍을 내고 앉아서 그를 기다린다. 그들이 밤을 새우는 동안 달빛이 밤을 고고로이 비추자 그들의 그림자가 선명히 보인다. 이때 멀리서 ‘허밍 코러스’가 들려온다. 낮에 힘들게 일했던 어부들과 부두 노동자들이 밤 부두 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그들의 애환을 허밍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멀리 불이 반짝이는 항구의 정경과 어울려 꿈처럼 아름다운 곡이다. 밤이 깊어지자 스즈키와 아이는 옆으로 쓰러지고 초초 상의 그림자는 미동도 하지 않고 음악은 조용히 간주곡으로 이어진다.
이튿날 아침 스즈키가 일어나 보니 초초 상은 한숨도 자지 않았다. 좀 자라는 말에 초초 상은 아이를 데리고 뒷방으로 들어가고 혼자 남은 스즈키 앞에 핑커튼과 사플레스가 나타난다. 스즈키는 그들에게 꽃으로 방을 장식하며 밤새 기다린 초초 상 이야기를 하면서 ‘지난 3년간 항구에 들어오는 배만 보고 살았다’고 이야기 한다. 그 말에 핑커튼은 당황한다. 스즈키는 정원에 서있는 한 부인을 보고 핑커튼의 부임인임을 직감한다. 놀라는 스즈키에게 ‘아이는 좋은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고 말한다. 스즈키의 말을 들은 핑커튼은 미안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안녕 꽃으로 장식된 집이여!’를 부르며 견디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간다.
핑커튼의 부인 케이트가 스즈키에게 아이를 잘 키울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당부하는데 잠에서 깨어난 초초 상이 ‘그가 왔느냐?’고 물으며 나온다. 핑커튼은 없고 사플레스와 서양여인이 서 있고 스즈키가 흐느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초초 상은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짐작한다. 스즈키에게 묻는 말에 대답만 하라고 이르고는 ‘그가 살아 있느냐?’, ‘그가 왔느냐?’고 묻는다. 모든 사실을 알아버리고는 쓰러질듯 비틀거린다. 영사는 그녀에게 ‘아이를 양보하라’고 말한다. 그녀는 겨우 진정하고 ‘아이는 미래를 위해 내가 희생을 하고 아이를 주겠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아이는 그이에게 직접 줄터이니 잠시 후 다시 오라.’고 말한다.
이제 피날레가 시작된다.
스즈키에게 아이를 데리고 나가 놀라고 하며 방문을 닫는다. 음악은 그녀의 불안한 앞날을 불길하게 연주한다. 초초 상은 불단 앞에 앉아 아버지가 남긴 단도를 꺼내어 칼에 새겨진 글 ‘명예롭게 살지 못할 바에야 죽으리라!’를 읽는다. 칼로 가슴을 찌르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스즈키가 아이를 방안으로 밀어 넣는다. 초초 상은 아이를 껴안고 자신의 마지막 노래 작별의 아리에타 ‘안녕 아가야’를 부른다. 하늘에서 온 내 아가야. 이 엄마의 마지막 얼굴은 똑똑히 기억해다오.‘ 노래를 끝내고 그녀는 아이에게 성조기와 장난감을 들려준다. 초초 상은 병풍 뒤로 돌아가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칼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흰 천을 목에 두른 초초 상이 비틀거리며 아이에게 다가가 쓰러진다. 그때 나비부인을 외치며 핑커튼이 나타나고 초초상은 짧은 인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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