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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권의 오페라 따라잡기] 오페라도 재미있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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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9 20:55 조회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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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권과 함께하는 오페라 따라잡기
 
 
오페라도 재미있다.
 
 
 
동아의대 교수 김석권
그랜드 오페라단 후원회장
 
2011년 6월 4일부터 6일까지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Course 학술대회가 러시아에서 개최되었다. 러시아에서 성형외과 관련 학술대회가 거의 개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러시아 여행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연제도 발표하고, 러시아 성형외과계의 발전상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참가신청을 하였고 아내도 동행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발레, 오페라, 오케스트라, 에르미타슈 박물관, 시실리 성당 등 예술문화가 넘실대는 러시아이기에 이번 여행의 콘셉을 문화기행으로 정했다.
 
6월 1일부터 한 달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에서는 백야 축제(White night festival)가 열리고 이 기간에 세계 각국으로부터 몰려든 여행객으로 도시 전체가 돌연 축제장으로 흥청댄다. 러시아의 겨울은 춥고 어둡고 음침하기까지 하지만 이 계절은 태양이 빛나고 자작나무숲이 우거져 신록으로 도시를 뒤덮어 버린다. 밤은 새벽 2시부터 기껏해야 한 두 시간 희미하게 어둔 빛이 감돌다 밤이 끝나버리는 그야말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계절이다.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연주는 좋은 좌석에서 관람해야 각 파트의 음을 균형감 있게 느낄 수 있고 성악가들과 연주자들의 기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며 생생한 현장 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훌륭한 공연장들은 무대와 후미 좌석간의 거리가 짧고 객석은 바닥과 5층까지 수직으로 된 테라스 형태여서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음의 전달이 매우 뛰어나다.
 
마린스키극장의 진수를 느껴보기 위해 거금을 투자하여 1,774개 객석 중 VIP석에서 이날의 오페라 <랭스여행>을 관람했다. 러시아는 아직도 내국인과 외국인의 티켓의 가격 차이가 2배 또는 2.5배정도나 되는 불공정한 외국인 차별 국가이다. 그렇다 해도 이들이 국내에 와서 공연하는 티켓의 가격 보다는 50퍼센트 정도 싼 가격이니 아까운 마음과 손해 보지는 않았다는 마음으로 서로 상쇄가 되어 버렸다. 티켓에도 뒷면에 위조방지 도안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매우 이채롭다. 아마도 위조티켓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미리 예약해두지 않으면 표를 사기도 거의 불가능하고 암표 값도 비싸다고 한다.
 마린스키극장은 러시아 상트 페테르스부르크의 역사적인 오페라, 발레극장으로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과 쌍벽을 겨룬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이름은 로얄 마린스키 극장이었으나 국립 오페라와 발레 아카데미, 세르게이 키로프의 이름을 딴 키로프 오페라와 발레 아카데미<약칭 키로프극장>를 거쳐 지금은 마린스키 극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알렉산드 2세 황제의 황후인 마리아 알렉산드로프나의 이름을 따서 1860년에 운하 옆에 건축되었고 규모가 매우 크고 웅장하다. 1988년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은퇴한 이후 현재는 유명한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마린스키 극장의 맞은편에는 러시아 음악의 산실인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음악원이 있고 음악과 발레가 매일 공연되고 있다.
 
공연을 시작하기 15분전, 종이 울리자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객들이 자신의 자리로 찾아갔다.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우리도 자리를 잡고 보니 객석의 중앙이었다. 무대에서 T자형으로 다리처럼 무대를 길게 연장하여 객석의 중앙에 임시 무대를 만들어 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커튼은 이미 올라가 있고 랭스여행이라는 커튼이 처져있었다.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커튼 앞에는 출연자들이 모여 잡담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미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임시무대를 걸어서 중앙무대로 지휘자가 가자 커튼이 올라가면서 곧바로 오페라 서곡이 시작 되었는데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두 무대 위에 포진하고 있는 것도 처음 보는 진풍경이었다. 단원들은 모두 흰색 연미복을 입고 연주를 하였고 지휘자는 중절모를 쓰고 익살스럽게 지휘를 하였다.
  
“그렇구나!”
 
나는 1년전에 DVD로 롯시니의 랭스여행 (IL Viaggio A Reims)을 감상한 적이 있었다. 오페라가 진행되자 나는 모든 것이 낯설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 DVD에서의 무대설치, 의상, 심지어 출연진까지도 대부분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DVD는 2005년 파리 샤틀레 극장 공연의 실황이었는데 바로 마린스키 극장의 젊은 가수들과 오케스트라 단원, 합창단이 출연했었고 지휘자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였다.
 
"세상에! 어쩌면. 6년 전 당시 그 출연진과 의상, 똑같은 무대장치로 랭스여행이 오늘 마린스키 극장에서 전개되고 있다니!"
나는 더욱 가슴이 설레었고 흥분된 마음으로 랭스여행을 감상하였다. DVD에서는 폴리빌레 백작부인 역의 소프라노 라리샤 유디나가 정말 날씬 하였는데 6년 후인 오늘 라리샤 유디나는 아마도 5kg이상 살이 쪄 다소 비만하게 느껴졌다. 코리나역의이르마 기골라티, 멜리베아 후작부인역의 안나 키크나제, 코르테제 부인역의 아나스타시아 칼라기나는 훨씬 농익은 목소리와 연기를 하였다. 리벤스코프역의 다닐 쉬토다를 비롯한 남성 출연자들도 무르익은 목소리를 뿜어내었다.
 
1825년 5월 28일 프랑스 왕 샤를 10세의 대관식 전날 밤 랭스 인근의 온천장 호텔인 Golden Lilly(금 백합)호텔이다. 유럽의 각 나라들로부터 랭스에서 거행되는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손님들이 여기에 모여들고 있다. 호텔지배인 막달레나는 호텔 종업원들을 독려하며 손님들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티롤 호텔의 주인인 코르테제 부인이 ‘햇빛이 눈부신 오늘 같은 날.’을 부르며 나도 손님들과 함께 랭스로 가는 멋진 여행에 동참하고 싶다고 좀 과장되고 우아하게 노래한다. 그녀는 종업원들에게 경쾌하고 빠르게 여러 가지를 분주하게 지시하고 손님의 특징과 서빙할 때의 주의할 점을 이야기 해준다. 폴레빌레부인은 예쁜 옷을, 기사 벨피오레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러시아 백작 리벤스코프는 자신의 거대한 제국에 대해 말하고.....
 
첫 번째 손님으로 파리 사교계의 유명 인사인 폴리벨레 백작부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여행 중 잃어버린 짐을 화를 내며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대관식에 써야할 자신의 모자상자를 잃어버렸으니 한바탕 소통 후에 그만 기절하고 만다. 다시 깨어난 그녀는 우아하고도 슬픔에 가득 찬 아리아 ‘나는 얼마나 그곳에 가고 싶었던가.’를 노래한다. 잠시 후 그녀의 하녀 모데스티나가 잃어버린 모자상자를 들고 등장하자 호텔 사람들은 환호하고 그녀는 기뻐서 환희의 카발레타를 부른다.
 
독일의 트롬보노크 남작 (이리야 반닉)이 ‘세상은 넓고 별 미친 사람이 다 있다.’고 6중창을 하는 사이 골동품 수집가 돈 프로폰도 (니콜라이 카멘스키), 스페인 해군제독 돈 알바로 (블라디미르 모로즈), 젊은 폴란드 미망인 멜리베아 후작 부인이 도착한다. 멜리베아를 마음에 두고 있는 러시아 장군 리벤스코프 백작이 로시니 특유의 고음으로 끼어들자 이에 질투하는 알바로와의 사이에서 멜리베아 부인을 두고 긴장감이 흐른다. 로마에서 여류시인 코리나가 도착하여 하프연주와 함께 송시 ‘부드러운 하프여.’를 부르며 도착하자 사람들은 결투와 질투를 다 잊고 사랑의 고귀함에 인간의 화합을 생각한다. 사람들이 무대에서 모두 떠나고 영국의 육군 대령인 시드니 공 (에드워드 창가)이 등장하여 플루트의 화려한 오브리가토와 함께 코리나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코리나가 들어오자 프랑스 기사 벨피오레 (드미트리 보로파예프)가 나타나 ‘이제 길을 떠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거야.’ 라며 용기를 내어 코리나에게 자신의 열정을 고백하자 코리나는 우아하게 2중창 ‘그녀의 여신 같은 모습.’을 부르며 거절한다. 돈 프로본토가 등장하여 매우 빠르고 재미있는 아리아 ‘나는 돈 프로폰도.’를 경쾌하게 노래한다.
 
사람들이 랭스로 떠날 준비를 하며 모여들자 종업원 안토니오가 안절부절 하며 말을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 오늘 랭스로 가는 것은 취소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모두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그 유명한 14중창 ‘아. 이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 코르테제 부인의 남편이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 그 내용은 랭스의 즉위식을 놓친 사람들을 위해 파리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들은 랭스로 가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판단하고 대신 내일 파리로 가는 역마차를 타고 파리의 축제에 참석하자고 결정한다. 폴리빌레 백작부인은 파리에 가면 전원을 자기 집에 초대하겠다고 한다.
 
모두는 금백합 호텔에서 큰 축제를 열고 여행을 위한 돈을 모두 쓰자고 결정한다.
리벤스코프 백작은 사랑하는 멜리베아부인에게 열열히 접근하며 노래를 부르고 파티가 시작된다. 마지막 장면은 트롬보노크 남작의 사회로 유럽의 화합을 위한 건배를 제의하며 대축제 오락을 시작한다. 모든 손님들은 그들 나라의 노래를 부르고 마지막으로 코리나가 새 왕 카를 10세를 위한 즉흥시 낭송으로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모두 합창하며 막이 내린다.
 
이날의 랭스여행 공연은 너무 재미있었다. 물론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출연자들이 무대와 객석 곳곳을 누비며 관객과 호흡을 같이 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박수소리가 요란하였다. 오페라의 재미에 푹 빠진 마린스키극장의 랭스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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