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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리아의 이발사 관람후기 2011-07-17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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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오페라 관람, 그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신나고 또 기대되었다.
당대의 귀족들과 부자들만의 여가활동을 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앞으로도 쭉 착하게 사리라 다짐했다.
이 작품을 제작한 로시니. 음악시간에 하품을 해대며 그의 음악적 가치와 작품들을 만났다. 그리고 수행평가라면 와 닿지 않는 감상들을 써내곤 했다. 그런데 직접 오페라를 볼 때는 상황이 달랐다. 너무나도 즐거웠다.
내가 본 세빌리아의 이발사 이야기는 , 피가로라는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평소 친분이 있던 알마비바 백작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파티에서 만난 로지나 라는 소녀를 좋아하게 되어 찾아왔다. 나는 그동안 좋아하는 여자, 남자를 위해 노력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은데, 대개는 그렇게 노력해도 쉽게 마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심을 담은 백작의 첫 노래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런데 로지나를 좋아하는 또 한 명의 남자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바르톨로. 그는 로지나의 유산관리인이자 후견인이었다. 그는 영악한 방법으로 로지나의 사랑을 얻으려고 했다. 로지나의 음악선생님인 바질리오에게 돈으로 유혹하여 강제로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매력 발산도 아니고, 진실한 사랑도 아니고, 강제적 사랑에 너무나 분노했고, 한편으로는 유치해보이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을 생각하니, ‘로지나가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공연은 보는 내내 즐거웠다.
알마비바 백작은 린드로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로지나에게 마음을 건낸다.
로지나가 그의 진실한 마음을 알았을 때 그는 가발을 벗으며 이렇게 말한다.
“로지나, 신분 따위로 당신의 마음을 얻고 싶지 않아 린드로로 변했었소. 내 마음을 받아주겠소?”
그의 태도는 멋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이 허세 부리기 위한 변장과는 차원이 달랐다. 진지했다. 나도 모르게 알마비바 백작의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의 감정에 빠져들었던 나, 과연 나는 나 자신과 타인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솔직하지 않은 적도 많아서 괜스레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난 적도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이제는 솔직해져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기분 좋은 상상, 내가 만약 로지나였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집에 돌아오는 버스 내내, 잠들기 전에도 그 장면을 되새겨 보았다. 부끄럽지만 나도 커서 남에게 진실한 사랑을 받는 여자가 되고 싶다.
현실로 돌아와 학교에 가니, 이 남자애들은 나를 소리 지르게 하고, 화나게 하는 나쁜 애들이며 알마비바 백작의 낭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현실에 ‘과연 언제쯤 나에게...’라는 의문이 들지만 언젠가 내가 선택한 길을 열심히 찾아가다 보면 눈앞에 어느샌가 그런 행운이 오지 않을까 싶다. 행복한 미래의 상상에 절로 웃음이 난다. 흔히들 사춘기라고 말하는 15세 소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또 즐겁게 해 주신 오페라 단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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